2009년 11월 01일
지옥의 묵시록 - 등장 인물들은 왜 미쳤나?
사람은 사람 속에서 산다. 스스로도 자아 정체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아 정체성을 지키게 해 주는건 사회의 제약이다. 사회가 어떻게 행동하라는 제약이 대강의 테두리가 되고, 그 테두리 안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든다. 하지만 그 사회의 제약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내가 생각한 지옥의 묵시록에서 등장인물들이 미쳐가는건, 그들이 탈 미국화 되고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베트남화 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은 베트남사회에 속하지 않으므로. 미국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정글 속에서 다른 어떠한 법칙이나 상식에 의지할 수 없이, 원초적인 사회로 되돌아가는 것, 그리고 그 컬쳐쇼크가 개인에겐 견딜 수 없어서 등장인물들은 전부 미쳐간다.
물론 윤리적인 갈등도 있다. 베트콩들은 민간인과 구별이 가지 않기 때문에, 민간인 인 척 하고 베트콩들이 테러를 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들은 민간인을 만나면 경계태세에 들어가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짓을 하면 쏴버린다. 물론 그렇게 쏴서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들은 총을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사 소통 방식을 모른다.
주인공부터 맛이 가 있고, 강을 따라 올라가면서 만나는 인간들도 죄다 어딘가 맛이 가 있다. (강을 따라 올라가는게 뭔가의 메타포 같다) 서핑에 미친 부대, 사령관이 없는 부대, 뭔 일을 당했는지 실성해 있는 플레이 메이트들, 과거에 집착하는 프랑스인들.
그래서 결국 커츠 대령을 만나는데 (주인공의 임무는 커츠 대령의 제거) 커츠 대령은 그 곳에서 베트남인들 사이에서 신처럼 군림하고 있었다. 그는 베트남인들과 공존하는 법을 찾은 걸까? 나는 그가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그의 부대는 죄다 죽어서 매달려 있거나 주검을매장도 안하고 방치한다. 아마 그가 발견한 방법을 따르기 전에, 부대원들은 죄다 미쳐 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가 읽었던 책 중에 황금가지가 있다. 그 책은 원시 부족들의 수목 숭배나, 부족장의 정치 방식과 같은 원시 사회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에 대한 내용인데, 커츠 대령은 그 곳에서 원시 사회의 부족장으로 군림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와서 자신을 죽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부족장을 그만 둘 수 없었고, 부족장으로써의 자리를 이양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 (황금가지의 내용) 결국 주인공인 윌라드가 커츠를 죽이고, 베트남인들은 그를 부족장으로 맞이하려 하지만 윌라드는 타고 온 보트를 타고 떠나버린다.
여러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전쟁의 광기를 잘 표현했다고 하는데, 왜 미쳐가는지 설명을 굳이 달지 않았다. 아마 위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영화는 전쟁영화이긴 하지만, 전쟁이랑 별로 상관이 없다. 왜 싸워야 하는지, 베트남 전쟁의 정당성의 여부, 윤리적인 갈등(약간은 나오지만)과 같은 전쟁영화의 테마가 일절없다. 전쟁이라는 환경이 개인과, 군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끔찍하도록 무서운 영화다.
# by | 2009/11/01 10:41 | 취미 | 트랙백 | 덧글(0)













